노트북 액정이 깨져서 같이 깨진 멘붕 다스릴 겸 11월 파린스 교류전에 나올 신간 도입부 살짝 공개합니다. 세상아 니가 아무리 나한테 XX을 해봐라......난 이 원고 완성한다...... 

현재 대략 A5 40페이지 분량까지 썼고, 완성본은 아마 A5 50페이지 내외로 끊길 것 같습니다. 공개하는 샘플은 핀트 나간 둘의 연애담이지만, 시종일관 달달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어서 노트북이 수리되어 현재 쓰고 있는 2장을 마무리하고, 대망의 꾸금씬 집필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ps: 아래 샘플은 퇴고를 거치지 않은 초고입니다. 




 


“대위님, 저, 사실…… 새입니다!”

처음 콜린스의 고백을 들었을 때 파리어의 반응은 달달달 떠는 소위의 긴장이 무색해질 정도로 매우 담담했다. 썸 타기만 육 개월, 도 아니면 모라는 심정으로 멋없이 들이댄 것이 딱 삼 개월 전. 안면을 트는 김에 몸도 같이 트는, 조금 남다른 윙 메이트 관계가 된지 도합 일 년. 매일 있는 훈련 시간은 물론 숙소까지 같이 쓰는 사이의 애인이 사실 그 보기 드물다는 새 수인이었다는 소식도 파리어에게는 그리 충격적인 소식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놀라기는커녕 그동안 콜린스를 보면서 느꼈던 경이들의 대부분이 비로소 납득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놈이 비행을 잘하는구만.’

수인이라고 해서 자유자재로 몸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콜린스가 새 수인이라고 해서 갑자기 날개가 뿅 솟아나서 펄럭펄럭 날아갈 수 있을 리 없건만, 어쩐지 뇌의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이 약간 마비된 듯한 파리어 대위는 자기 추론의 문제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마음 가득히 연하의 애인을 향해 뿌듯한 자랑스러움이 벅차오르면서 칭찬하듯 어깨를 탁탁 쳐주는 것이었다.

“어쩐지 잘 날더라.”

“예?”

영문도 모르고 뜬금없이 칭찬세례를 받게 된 소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젊은 소위는 전신을 진동벨처럼 덜덜덜 떨던 것도 멈추고 멍한 얼굴로 대위를 쳐다봤다.

“갓 계급장 달고 들어온 놈이 벌새처럼 잘도 날아다닌다 했지. 스핏파이어가 이착륙이나 강하조종이 은근히 까다로운 기종인데, 어쩐지 빨리 익힌다 했어. 역시 천성은 못 이기나보군, 소위.”

“예에?”

점점 어딘가 핀트가 어긋나고 있음을 느낀 콜린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꼬리를 올렸다. 안 그래도 멍만 때리고 있어도 커다란 두 눈이 더 똥그랗게 커지는 것을 보면서, 파리어의 가슴 속에는 뿌듯함과 더불어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일주일 스물 네 시간을 시커멓고 말 안 듣는 사내새끼들 틈에서 부대끼다가, 이렇게 콜린스와 단둘이 서서 그의 하얗고 마쉬멜로우 같은 얼굴이 기분에 따라 요리조리 부풀고 우물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었다. (물론 콜린스도 어엿한 사내지만, 사시사철 향긋한 여름 복숭아 냄새를 발산하는 ‘파리어의 오메가’라는 점에서 다른 알파 사내새끼들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존재였다.) 평소 후임들이 절로 눈치를 보게 만들 정도로 무뚝뚝하던 포티스 원의 표정이 물에 불은 빵처럼 절로 풀어졌다. 그는 흐물흐물하게 녹은 눈빛으로 연하의 애인을 올려다보면서 귀엽다는 듯이 덧붙였다.

“그럼 날개로 날 때도 그렇게 잘 뜨고 잘 내려오나?”

모처럼 받게 된 파리어의 관심이 절대 싫다는 뜻은 아니지만, 잭 콜린스는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대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대위의 착각을 정정해주기 위해 떨떠름하게 입을 뗐다.

“저, 파리어…… 수인이라고 진짜 변신하는 게 아니란 건 알고 계시지요?”

“음, 소위는 날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나? 나도 똑같이 미들스쿨 나오고 기초교육 받은 사람이야. 당연히 수인은 동물로 변하지 않지. 설마 고양이 수인이면 진짜로 고양이 발톱이 나고 뱀 수인이면 정말로 허리가 요롱이겠나? 만약 맹수 수인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모습이 변하면 당장 우리 기지에만 동물원 우리를 몇 개나 설치해야 하겠어?”

새삼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무심하게 대답하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파리어의 상식 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 같진 않았다. 일단 한시름 당황과 걱정을 해소하자, 이어서 콜린스는 헷갈린다는 어조로 운을 띄웠다.

“네, 그렇죠…… 그러니까 전 날개도 없고 스핏파이어에 탑승하는 게 아니면 날지도 못합니다. 대위님, 제 수인 형질과 제 조종 능력은 전혀, 네버,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는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처럼 천천히 차분하게 당연한 사실(이라고 믿었던 사실)을 설명했다. 그러자 파리어는 가만히 콜린스의 말을 경청하다가, 유감이라는 듯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음, 네 머리색을 닮은 날개라면 정말 멋지게 날아갈 텐데.”

“아뇨아뇨, 그러니까 전 못 난다니까요. 저도 대위님처럼 두 다리로 걸어 다녀요. 이렇게. 뚜벅뚜벅.”

그러면서 콜린스는 제자리 행군을 할 때처럼 양 다리를 번갈아 걸으며 시범을 보였다. 따로 구령이 없어도 각 맞춰서 절도 있게 걷는 폼이 완벽한 FM이었다. 이러다가 신병훈련소에서 훈련병들 제식 모델로 쓰겠다면서 촬영 제의라도 들어오면 어떡하지? 아무렴 편대 제일가는 파일럿이 차출되면 팀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지. 포상휴가 따위로 콜린스를 꼬여내도 절대 못 가게 막아야지. 최근 갓 시작한 연애에 제대로 맛이 들린 대위는 이리저리 과보호 섞인 망상의 나래를 펼쳤다. 다시 한 번 선임의 상상이 구름 위로 둥실둥실 떠오르려는 것을 콜린스가 뜯어말리고 나서야,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새와 닮은 점이 하나도 없으면서 왜 새 수인이라고 부르지?”

“전혀 없는 건 아니고 소소한 형질들은 남아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시야각이 좀 더 넓다거나, 청각이 예민하다거나, 날씨 변화를 더 민감하게 느끼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러니까 시력이 좋아서 비행 잘 하는 건 맞단 거잖아? 파리어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잘 설명을 이어나가던 콜린스는 어느 순간에 당도하자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었고, 항상 크고 널찍하게 휘젓던 팔 동작의 폭도 어쩐지 소심하게 줄어든 듯했다. 콜린스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지는 것을 따라서 파리어도 덩달아 같이 심각해졌다.

“무슨 일인데 그래?”

파리어의 재촉에도 콜린스는 쉽사리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아랫입술만 깨물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지 않고 평평한 사람 치아지만, 그래도 여린 살갗이라 계속 잘근잘근 씹다가는 피가 비칠지도 몰랐다. 걱정이 된 파리어는 재빨리 검지를 들어 콜린스의 아랫입술에 대신 갖다 댔다. 졸지에 어린애 같은 습관을 들켜버린 콜린스가 당황해서 어물쩡 댔지만, 파리어는 손가락을 치우지 않고 차근차근 달래며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왜? 말 못할 일이야? 누가 네 형질 갖고 뭐라고 그래? 괴롭힌 거야?”

“아, 대위님, 진짜! 제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짬바로 보이십니까?”

그러면서 콜린스는 투정부리듯 주먹 쥔 손으로 대위의 명치 부근을 콩콩 쳤다. ‘크흠!’ 예기치 못하게 슈투카 못지않은 돌주먹에 두드려 맞은 파리어의 허파가 반사적으로 격하게 기침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대위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후임을 달래는 것이었다. 한결 부들부들해진 그의 말투에는 다정함이 물씬 녹아있었다.

“아니지 아니지, 우리 팀 에이스가 얼마나 야무진 불주먹인지 내가 잘 알지. 부대 모의훈련도 일등, PT 시험 일등도 넌데 내가 왜 소위를 얕보겠어? 그냥 네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어려워하니까 그랬어. 네가 걱정하면 보는 나도 걱정 되잖아.”

특히 마지막 말을 덧붙이면서 마주친 시선에는 진심으로 걱정과 염려가 담겨 있어서 그 눈과 마주친 콜린스의 볼까지 덩달아 붉게 달아올랐다. 평소 무뚝뚝하고 과묵하기로 유명한 파리어 대위가 자기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달래주는 것을 직접 체감하려니까 훨훨 하늘이라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한테 돌봄 받는 것이 이렇게나 좋은 기분이었다니! 여기서 조금만 더 살살 꼬드기면 중요도 일급 군사기밀까지 털어놔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콜린스는 잔뜩 긴장했던 어깨에서 힘을 조금씩 풀어냈다. 고된 훈련과 임무 탓에 굳은살이 단단히 배긴 파리어의 손바닥이 키 큰 소위의 부들부들한 뺨을 다정스레 쓸어내렸다. 파리어의 거친 엄지손가락이 콧잔등을 살살 쓰다듬어줄 때 즈음에는 이미 불편하던 마음도 눈 녹듯 사라져 있었다.

이렇게 보기 드문 파리어 대위의 애교에 꽁꽁 얼었던 마음이 살짝 녹아내렸는지, 콜린스가 은근한 목소리로 떠보듯 질문을 던졌다.

“그럼 대위님은…… 제가 새 수인이어도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후임은 말하면서도 아직 손톱만큼의 염려가 남았는지, 커다란 덩치를 안 어울리게 배배 꼬아대면서 물었다(물론 파리어는 이보다 더 인간미 넘칠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 막내는 이토록 치열하고 음울한 전장 속에서도 어쩜 이렇게 인간으로서의 정이 흘러넘치는 면모를 잃지 않고 지닐 수 있는지! 신이여 포티스 투를 보호하소서! God Save Fortis two!)

“아니, 자네가 새 수인이라고 해서 대체 뭐가 문제가 된단 말이야? 응?”

파리어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격하게 되물었다.

“하지만 저는 안 그래도 오메가인데다가 수인이기까지…… 아뇨, 물론 제 형질이 부끄럽다거나 하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요! 전 제가 오메가라는 사실에 한 점 부끄럼도 없습니다! 활주로에 꽂힌 RAF 깃발에 대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우리 공군에 복무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지금보다 더 많은 오메가들이 스핏파이어의 콕핏과 관제탑과 활주로의 표시등 자리에 서게 될 때 우리 영 공군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 이상이 현실이 될 때 더 많은 나치 놈들의 뚝배기를 깨부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래, 그래. 나도 소위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일세. 그러니까 숨기거나 걱정할 게 뭐가 있단 말이야?”

파리어가 경청의 의미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침착하게 전우(겸 애인)를 진정시키는 모습에서 과연 베테랑 조종사다운 연륜이 묻어나왔다. 그처럼 침착한 파리어의 태도를 따라서 콜린스도 흥분했던 호흡을 가라앉히며 홀로 마음에 품고 있던 걱정을 겨우 털어놓을 마음이 들었다. 파리어와 처음으로 마음(과 몸)을 교류하기 시작한 삼 개월 전부터 내내 그의 심려 한 구석을 차지하고 괴롭히던 초조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새 수인이라니 역시 드물잖습니까? 게다가, 게다가 비록 반절뿐인 형질이긴 하지만 제 안에도 새 수인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 흐르고 있단 말입니다! 그 본능을 인정하고 수용하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 배타적이고 우리 새 수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일말의 관용이나 공감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요……”

“그래그래. 사회는 항상 느리게 변하고, 그래서 우리를 괴롭게 하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콜린스. 저들이 늦된 거라고.”

수인이 아닌 파리어로서는 콜린스가 말하는 새 수인들의 고통이 정확히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무조건적인 지지와 공감 의사를 보이며 일단 연인의 어깨를 토닥였다. 사실 그토록 다정하고 진심 어린 위로가 파리어의 공감 수치가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타인에게 연민을 쉽게 느끼는 체질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에드워드 파리어는 여느 알파들처럼 마음에 품은 오메가 앞에 서면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이성보다 먼저 치솟는 평범한 DNA의 소유자였고, 맘에 드는 오메가의 마음을 얻으려면 쓸데없이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마음을 먼저 챙겨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영리한 알파였을 뿐이다. 따라서 그는 세상에 알파와 오메가가 생긴 이래,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실패를 기록한 적이 없는 최고의 구애 방법─즉 ‘무조건 들어주고 맞춰주기’ 방법으로 콜린스를 다독였다. 결과는 두말할 것 없이 성공이었다. 병아리처럼 노랗게 삐친 머리를 바닥 쪽으로 푹 수그린 채 실없이 발장난에만 신경을 집중하던 콜린스가 마침내 좀처럼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제 본능이 대위님한테 피해를 줄지도 몰라요.”

“피해라니?”

파리어는 콜린스의 존재가 삶의 기쁨을 선사하면 선사했지, 자신의 생활에 피해를 준다고는 손톱만치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짙은 눈썹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콜린스가 평소 초조할 때의 버릇대로 혀를 살짝 날름거렸다.

“사실 대위님과 같은 방을 쓰게 되어서 정말 기쁘지만, 그동안 하고 싶어 죽겠는데 참고 있는 것들이 좀 많았습니다, 제가. 그게 정말, 정말…… 많았거든요……?”

콜린스의 고백을 들은 파리어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예쁘고 야무지고 똑부러진 녀석이 자신과 같은 방을 쓰느라 참고 있는 것이 많았다니? 그 스트레스가 연병장 흙바닥에서 원산폭격을 굴러도 뾰루지 한 번 안 나던 피부결이 거칠어질 정도였다니?(아니다) 본디 콜린스는 키도 크고 발도 크고 손도 솥뚜껑만하고 얼굴 잘 생긴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어쨌든 여러모로 특별한 녀석인 것을, 콜린스가 남들과 좀 다를 수도 있지! 요렇게 특별한 놈이 새 수인일 수도 있지! 아니, 콜린스라는 경이로운 존재한테 그 정도의 특별함은 있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이치 아닐까?

그 순간 파리어의 가슴 속에서 어떤 의분이 솟아올랐다. 그는 두터운 비행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콜린스의 처진 어깨를 격려하듯 툭툭 쳐주었다. 그리고 담대하고 힘찬 음성으로 연인을 다독였다.

“콜린스, 괜찮아. 다 말해. 내가 다 들어줄게.”

조종간을 잡은 이후로 ‘절제, 침착, 냉정’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에이스 파일럿의 판단력도 좋아하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 앞에서는 바람 앞의 새털구름처럼 하늘하늘 날아가 버렸다. 그 결심어린 표정을 확인하자, 시무룩해있던 콜린스의 표정도 자연히 따라서 풀렸다. 처진 입매가 방긋 올라가고 순한 눈매가 복숭아 꽃피듯 화사하게 휘어졌다. 그 찰나의 짧은 표정 변화와 직격으로 마주친 파리어의 마음도 덩달아 들썩였다. 이 상태에서 딱 한 마디만 더 들으면, 딱 한 번만 더 웃어준다면, 그 품안에 세상을 안겨 달래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달뜬 파리어의 가슴에다가 어린 장교는 덧니가 살짝 드러나는 가장 자신 있는 미소를 날리면서 결정적 쐐기를 박았다.

“저 대위님이랑 방에 둥지 틀고 싶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둥지를 튼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으나, 파리어는 순간의 기분에 취해 흔쾌히 승낙했다. 아니, ‘승낙’은 너무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표현이다. 파리어는 반려와 진실한 사랑을 맺을 줄 아는 ‘교양을 갖춘’ 알파답게 동등한 위치에서 합의를 통하여 존중과 배려의 결정을 내렸다. 다소 감정이 격앙된 자기평가였으나, 뒤이은 콜린스의 반응은 그런 자화자찬의 부끄러움도 잊게 만들었다.

“대위님, 역시 대위님이랑 만나길 정말 잘했어요. 당신은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에요. 저 그럼 진짜 우리 거실에다 솜이불도 깔고 욕조에 깃털 채워놓고 아침저녁마다 찢을 휴지랑 뽁뽁이도 쟁여놔도 괜찮은 거죠?”

“물론이지.”

문장 뒷부분에 딸린 중요한 조건 몇 가지는 파리어의 기억 속에서 한 귀로 들어가서 한 귀로 흘러나갔다. 말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을 전하는 콜린스의 감동받은 어조였다. 그 어조 하나만으로도 그날 파리어의 하루는 완성된 셈이었다.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었다. 콜린스는 어느 새 파리어의 무스탕 외투 안에 큰 덩치를 꾸깃꾸깃 구겨 넣고서 해사하게 미래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건 나중에…… 더 자신이 생기면 말할게요.”

콜린스가 상기된 얼굴로 덧붙였다. 수인 커밍아웃도 한 참에 더 밝힐 것이 무엇이 더 남아있단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파리어는 굳이 설명을 요구하지 않은 채 알아서 이해하고 알아서 납득했다. 그저 헤헤 웃는 콜린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가득 흐뭇함이 차올랐다. 그는 안면 한 가득 다른 전우들이 본다면 경기를 일으킬 만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에 기댄 콜린스의 정수리를 (조금 힘겹게) 쓰다듬었다.

“그래서 넌 무슨 종이라고?”

“코카투요!”

콜린스가 바람에 헝클어진 노란 머리터럭을 깃털처럼 휘날리며 힘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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