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사정으로 11/14까지만 통판 신청 받습니다.


11/18 파린스 교류전에 가져갈 첫 번째 책 <코카투!> 확정 인포입니다. 

11/14(화)까지 선입금 통판 접수도 받고 있습니다. 


책 정보 및 샘플을 다시 한 번 정리하여 올립니다.  

(목차) 1. 책 정보  2. 통판 안내  3. 샘플 (소량 추가)



1. 책 정보 


▶ 사양: A5/90p/소설/미성년자 구독불가/6,000원

▶ 구성: 본편(전연령) 54p + 번외(19) 34p


▶ 원작 배경 + 오메가버스 + 새 수인au

주의 소재: 산란플, 오메가의 여성기 설정


▶ 요약: 잘 사귀고 있던 애인 콜린스 소위가 사실 코카투 수인이었다! 코카투 수인을 애인으로 둔 파리어 대위의 고군분투기

▶ 키워드: 코카투 콜린스/근데 새로 안 변함/파랑꾼, 파불출/기본 달달한 연애물/진지한 부분도 있습니다.




2. 통판 안내 


통판 폼 주소: 


순서 1) 폼에 안내 된 계좌로 책 값 6,000원 + 등기요금 2,500원 = 총계 8,500원을 입금합니다.

(※ 배송료는 우체국등기 동일지역 최저 요금 기준 적용가입니다. 11/18 파린스 교류전 뒷풀이 때 오시는 분은 미리 알려주세요! 배송료를 제외하고 입금해주시면, 당일에 바로 전달해 드립니다 :-)

순서 2) 생년월일 및 성명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진을 준비해주세요. (민번 뒷자리 및 사진은 가려주시는 센스) 

순서 3) 위의 통판 링크로 들어가서 안내에 따라 폼을 작성합니다. 폼 작성 과정 중에는 신분증 사진 파일을 첨부하는 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배송은 11/18 행사 종료 후 입금 및 주문하신 순서대로 발송합니다. 11/13까지 주문하신 경우 11/20부터 발송이 이뤄지고, 그 이후에 주문하신 경우 추가 제작 기간 소요로 인해 그보다 일주일 가량 배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샘플입니다↓↓



3 - 1. 본편 샘플 (실제 인쇄본과 동일)


“대위님, 저, 사실…… 새입니다!”

처음 콜린스의 고백을 들었을 때 파리어가 보인 반응은 달달달 떨던 소위의 긴장이 무색해질 정도로 매우 담담했다. 썸 타기만 육 개월, 도 아니면 모라는 심정으로 멋없이 들이댄 것이 딱 삼 개월 전. 안면을 트는 김에 몸도 같이 트는, 조금 남다른 윙 메이트 관계로 진전한지 도합 일 년. 매일 있는 훈련 시간은 물론 숙소까지 같이 쓰는 사이의 애인이 사실 그 보기 드물다는 새 수인이었다는 소식이 파리어에게는 그리 충격적인 것 같지 않았다. 놀라기는커녕 그동안 콜린스를 보면서 느꼈던 경이들의 많은 부분이 비로소 납득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이놈이 비행을 잘하는구만.’

수인이라고 해서 자유자재로 몸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콜린스가 새 수인이라고 해서 갑자기 날개가 뿅 솟아나서 펄럭펄럭 날아갈 수 있을 리 없건만, 어쩐지 뇌의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이 약간 마비된 듯한 파리어 대위는 자기 추론의 문제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괜시리 연하의 애인을 향해 뿌듯한 자랑스러움이 벅차올랐는지, 칭찬하듯 어깨를 탁탁 쳐주는 것이었다.

“어쩐지 잘 날더라.”

“예?”

영문도 모르고 뜬금없이 칭찬세례를 받게 된 소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젊은 소위는 전신을 진동벨처럼 덜덜덜 떨던 것도 멈추고 멍한 얼굴로 대위를 쳐다봤다.

“갓 계급장 달고 들어온 놈이 벌새처럼 잘도 날아다닌다 했지. 스핏파이어가 이착륙이나 강하조종이 은근히 까다로운 기종인데, 어쩐지 빨리 익힌다 했어. 역시 천성은 못 이기나보군, 소위.”

“예에?”

점점 어딘가 핀트가 어긋나고 있음을 느낀 콜린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꼬리를 올렸다. 평상시에도 커다란 두 눈이 더 똥그랗게 커지는 것을 보면서, 파리어의 가슴 속에는 뿌듯함과 더불어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일주일 스물 네 시간을 시커멓고 말 안 듣는 사내새끼들 틈에서 부대끼다가, 이렇게 콜린스와 단둘이 서서 그의 하얗고 마쉬멜로우 같은 얼굴이 기분에 따라 요리조리 부풀고 우물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었다. (물론 콜린스도 어엿한 사내지만, 사시사철 향긋한 여름 복숭아 냄새를 발산하는 ‘파리어의 오메가’라는 점에서 다른 알파 사내새끼들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존재였다.) 평소 후임들이 알아서 눈치를 볼만큼 무뚝뚝하던 포티스 원의 표정이 물에 불은 만두피처럼 절로 풀어졌다. 그는 흐물흐물하게 녹은 눈빛으로 연하의 애인을 올려다보면서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럼 날개로 날 때도 그렇게 잘 뜨고 잘 내려오나?”

모처럼 받게 된 파리어의 관심이 싫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잭 콜린스는 본디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대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대위의 착각을 정정해주기 위해 떨떠름한 기분으로 입을 뗐다.

“저, 파리어…… 수인이라고 진짜 변신하는 게 아니란 건 알고 계시지요?”

“음, 소위는 날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나? 나도 똑같이 미들스쿨 나오고 기초교육 받은 사람이야. 당연히 수인은 동물로 변하지 않지. 설마 고양이 수인이면 진짜로 고양이 발톱이 나고 뱀 수인이면 정말로 허리가 요롱이겠나? 만약 맹수 수인이라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짐승으로 변하면 당장 우리 기지에만 동물원 우리를 몇 개나 설치해야 하겠어?”

새삼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무심하게 대답하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파리어의 상식 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 같진 않았다. 일단 한 시름 걱정을 놓긴 했지만, 콜린스는 여전히 헷갈린다는 어조로 운을 띄웠다.

“네, 그렇죠…… 그러니까 전 날개도 없고 스핏파이어에 탑승하지 않으면 날지도 못합니다. 대위님, 제 수인 형질과 제 조종 능력은 전혀, 네버,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는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처럼 침착하고 차분하게 당연한 사실(이라고 믿었던 사실)을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가만히 콜린스의 말을 경청하던 파리어가 유감이라는 듯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음, 네 머리색을 닮은 날개라면 정말 멋지게 날아갈 텐데.”

“아뇨아뇨, 그러니까 전 못 난다니까요. 저도 대위님처럼 두 다리로 걸어 다녀요. 이렇게. 뚜벅뚜벅.”

그러면서 콜린스는 제자리 행군을 할 때처럼 양 다리를 번갈아 걸으며 시범을 보였다. 따로 구령이 없어도 각 맞춰 절도 있게 걷는 폼이 완벽한 FM이었다.

‘이러다가 신병훈련소에서 훈련병들 제식 모델로 쓰겠다면서 촬영 제의라도 들어오면 어떡하지? 아무렴 편대 제일가는 파일럿이 차출되면 팀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지. 포상휴가 따위로 콜린스를 꼬여내도 절대 못 가게 막아야지.’

최근 갓 시작한 연애에 제대로 맛이 들린 대위는 이리저리 과보호 섞인 망상의 나래를 펼쳤다. 다시 한 번 선임의 상상이 구름 위로 둥실둥실 떠오르려는 것을 콜린스가 뜯어말리고 나서야,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새와 닮은 점이 하나도 없으면서 왜 새 수인이라고 부르지?”

“전혀 없는 건 아니고 소소한 형질들은 남아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시야각이 좀 더 넓다거나, 청각이 예민하다거나, 날씨 변화를 더 민감하게 느끼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러니까 시력이 좋아서 비행 잘 하는 건 맞단 거잖아? 파리어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잘 설명을 이어나가던 콜린스는 어느 순간에 당도하자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더니 항상 크고 널찍하게 휘젓던 팔 동작의 폭도 어쩐지 소심하게 좁아든 듯했다. 콜린스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지는 것을 따라서 파리어도 덩달아 같이 심각해졌다.

“무슨 일인데 그래?”

파리어의 재촉에도 콜린스는 쉽사리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아랫입술만 깨물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지 않고 평평한 사람 치아지만, 그래도 여린 살갗이라 계속 잘근잘근 씹다가는 피가 비칠지도 몰랐다. 걱정이 된 파리어는 재빨리 검지를 들어 콜린스의 아랫입술 자리에 대신 갖다 댔다. 졸지에 어린애 같은 습관을 들켜버린 콜린스가 당황해서 어물쩡 댔지만, 파리어는 손가락을 치우지 않고 차근차근 달래며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왜? 말 못할 일이야? 누가 네 형질 갖고 뭐라고 그래? 괴롭힌 거야?”

“아, 대위님, 진짜! 제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짬바로 보이십니까?”

그리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콜린스가 투정부리는 연인답게 주먹 쥔 손으로 대위의 명치 부근을 콩콩 쳤다.

“크흠!”

방심한 사이 슈투카 못지않은 돌주먹에 두드려 맞은 파리어의 허파가 반사적으로 격하게 기침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혹사당한 허파의 주인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후임 달래기를 계속했다. 한결 부들부들해진 그 말투에 다정함이 물씬 녹아있었다.

“아니지 아니지, 우리 팀 에이스가 얼마나 야무진 불주먹인지 내가 잘 알지. 부대 모의훈련도 일등, PT 시험 일등도 넌데 내가 왜 소위를 얕보겠어? 그냥 네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어려워하니까 그랬어. 네가 걱정하면 보는 나도 걱정 되잖아.”

특히 마지막 말을 덧붙이면서 길게 마주치는 시선에는 진심으로 걱정과 염려가 담겨 있었다. 덕분에 콜린스의 볼까지 덩달아 붉게 달아올랐다. 평소 무뚝뚝하고 과묵하기로 유명한 대위님이 자기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달래주는 것을 직접 체감하니까 확실히 기분이 으쓱하긴 했다. 훨훨 하늘이라도 날아갈 것 같달까? 누군가에게 돌봄 받는 것이 이렇게나 짜릿한 일이었다니! 대위님이 여기서 조금만 더 살살 꼬드기면 일급 군사기밀까지 털어놔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콜린스는 잔뜩 긴장했던 어깨에서 조금씩 힘을 풀어냈다. 고된 훈련과 임무 탓에 굳은살이 단단히 배긴 파리어의 손바닥이 키 큰 소위의 부들부들한 뺨을 다정스레 쓸어내렸다. 그 거친 엄지손가락이 콧잔등을 살살 쓰다듬어줄 때 즈음에는 이미 콜린스의 불편하던 마음도 눈 녹듯 사라져 있었다.

이처럼 보기 드문 파리어 대위의 애교에 드디어 꽁꽁 닫혔던 마음이 살짝 열렸던, 콜린스가 은근한 목소리로 떠보듯 질문을 던졌다.

“그럼 대위님은…… 제가 새 수인이어도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후임은 말하면서도 아직 손톱만큼의 염려가 남았는지, 커다란 덩치를 안 어울리게 배배 꼬아대면서 물었다. (물론 파리어는 이보다 더 인간미 넘칠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 막내는 이토록 치열하고 음울한 전장 속에서도 어쩜 이렇게 인간으로서의 정이 흘러넘치는 면모를 잃지 않고 지닐 수 있는지? 신이여 포티스 투를 보호하소서! God Save Fortis Two!)

“아니, 자네가 새 수인이라고 해서 대체 뭐가 문제가 된단 말이야? 응?”

파리어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격하게 되물었다.

“하지만 저는 안 그래도 오메가인데다가 수인이기까지…… 아뇨, 물론 제 형질이 부끄럽다거나 하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요! 전 제가 오메가라는 사실에 한 점 부끄럼도 없습니다! 활주로에 꽂힌 RAF 깃발에 대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우리 공군에 복무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지금보다 더 많은 오메가들이 스핏파이어의 콕핏과 관제탑과 활주로의 표시등 자리에 서게 될 때 우리 영 공군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 이상이 현실이 될 때 더 많은 나치 놈들의 뚝배기를 깨부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래, 그래. 나도 소위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일세. 그러니까 숨기거나 걱정할 게 뭐가 있단 말이야?”

파리어가 경청의 의미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침착하게 전우(겸 애인)를 진정시키는 모습에서 과연 베테랑 조종사다운 연륜이 묻어나왔다. 그처럼 침착한 파리어의 태도를 따라서, 콜린스도 흥분했던 호흡을 다시금 가라앉히고 홀로 마음에 품고 있던 걱정을 겨우 털어놓았다. 그것은 파리어와 처음으로 마음(과 몸)을 교류하기 시작한 삼 개월 전부터 내내 그의 심려 한 구석을 차지하고 괴롭혀온 오래된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새 수인이라니 역시 드물잖습니까? 게다가, 게다가 비록 반절뿐인 형질이긴 하지만 제 안에도 새 수인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 흐르고 있단 말입니다! 그 본능을 인정하고 수용하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 배타적이고 우리 새 수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일말의 관용이나 공감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요……”

“그래그래. 사회는 항상 느리게 변하고, 그래서 우리를 괴롭게 하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콜린스. 저들이 늦된 거라고.”

수인이 아닌 파리어로서는 콜린스가 말하는 새 수인들의 고통이 정확히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무조건적인 지지와 공감 의사를 보이며 일단 연인의 어깨를 토닥였다. 사실 그토록 다정하고 진심 어린 위로가 파리어의 공감 수치가 특별히 뛰어나거나 타인에게 연민을 쉽게 느끼는 체질이기 때문에 발휘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에드워드 파리어는 여느 알파들처럼 마음에 품은 오메가 앞에 서면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이성보다 먼저 치솟는 평범한 DNA의 소유자였고, 맘에 드는 오메가의 마음을 얻으려면 쓸데없이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마음을 먼저 챙겨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영리한 알파였을 뿐이다. 따라서 그는 세상에 알파와 오메가가 생긴 이래,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실패를 기록한 적이 없는 최고의 구애 방법─즉 ‘무조건 들어주고 맞장구치기’ 방법으로 콜린스를 다독였다. 결과는 두말할 것 없이 성공이었다. 병아리처럼 노랗게 삐친 머리를 바닥 쪽으로 푹 수그린 채로 실없이 발장난치는 척만 하던 콜린스가, 마침내 좀처럼 열리지 않던 입을 열었다.

“제 본능이 대위님한테 피해를 줄지도 몰라요.”

“피해라니?”

파리어는 콜린스의 존재가 삶의 기쁨을 선사하면 선사했지, 자신의 생활에 피해를 준다고는 손톱만치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진심으로 의아해 했다. 그 짙은 눈썹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콜린스가 평소 초조할 때의 버릇대로 혀를 살짝 날름거렸다.

“사실 대위님과 같은 방을 쓰게 되어서 정말 기쁘지만, 그동안 하고 싶어 죽겠는데 참고 있는 것들이 좀 많았습니다, 제가. 그게 정말, 정말…… 많았거든요……?”

콜린스의 고백을 듣는 순간, 파리어는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예쁘고 야무지고 똑부러진 녀석이 자기와 같은 방을 쓰느라 참고 있는 것이 많았다니? 게다가 그 스트레스가 연병장 흙바닥에서 원산폭격을 굴러도 뾰루지 한 번 안 나던 피부결이 거칠어질 정도였다니?(아니다) 본디 콜린스는 키도 크고 발도 크고 손도 솥뚜껑만하고 얼굴 잘 생긴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어쨌든 여러모로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게 특별한 콜린스가 남들과 좀 다를 수도 있지! 요렇게 특별한 놈이 새 수인일 수도 있지! 아니, 콜린스라는 경이로운 존재한테 그 정도의 특별함은 있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이치 아닐까?

그 순간 파리어의 심장 깊은곳에서는 어떤 의분이 솟아올랐다. 그는 두터운 비행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콜린스의 처진 어깨를 격려하듯 툭툭 쳐주었다. 그리고 담대하고 힘찬 음성으로 연인을 다독였다.

“콜린스, 괜찮아. 다 말해. 내가 다 들어줄게.”

조종간을 잡은 이후로 ‘절제, 침착, 냉정’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아 온 에이스 파일럿의 판단력도 좋아하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 앞에서는 바람 앞의 새털구름처럼 하늘하늘 날아가 버렸다. 시무룩해있던 콜린스의 표정도 그 결심어린 표정을 확인하고서는 자연히 따라서 풀렸다. 처진 입매가 방긋 올라가고 순한 눈매가 복숭아 꽃피듯 화사하게 휘어진다. 그 찰나의 짧은 표정 변화를 직접 목격하게 된 파리어의 마음도 덩달아 들썩였다. 이 상태에서 딱 한 마디만 더 들으면, 딱 한 번만 더 웃어준다면, 그 품안에 세상을 안겨 달래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달뜬 파리어의 가슴에다가 어린 장교는 덧니가 살짝 드러나는, 가장 자신 있는 미소를 날리면서 결정적 쐐기를 박았다.

“저 대위님이랑 방에 둥지 틀고 싶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둥지를 튼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으나, 파리어는 순간의 기분에 취해 흔쾌히 승낙했다. 아니, ‘승낙’은 너무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표현이다. 파리어는 반려와 진실한 사랑을 맺을 줄 아는 ‘교양을 갖춘’ 알파답게 동등한 위치에서 합의를 통하여 존중과 배려의 결정을 내렸다. 다소 감정이 격앙된 자기평가였으나, 뒤이은 콜린스의 반응은 그런 자화자찬의 부끄러움도 잊게 만들었다.

“대위님, 역시 대위님이랑 만나길 정말 잘했어요. 당신은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에요. 저 그럼 진짜 우리 거실에다 솜이불도 깔고 욕조에 깃털 채워놓고 아침저녁마다 찢을 휴지랑 뽁뽁이도 쟁여놔도 괜찮은 거죠?”

“물론이지.”

문장 뒷부분에 딸린 중요한 조건 몇 가지는 파리어의 기억 속에서 한 귀로 들어가서 한 귀로 흘러나갔다. 말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을 전하는 콜린스의 감동받은 어조였다. 그 어조 하나만으로도 그날 파리어의 하루는 완성된 셈이었다. 이 이상 완벽할 수 없었다. 콜린스는 어느 새 파리어의 무스탕 외투 안에 큰 덩치를 꾸깃꾸깃 구겨 넣고서 해사하게 미래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건 나중에…… 더 자신이 생기면 말할게요.”

콜린스가 상기된 얼굴로 덧붙였다. 수인 커밍아웃도 한 참에 더 밝힐 것이 무엇이 더 남아있단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파리어는 굳이 설명을 요구하지 않은 채 알아서 이해하고 알아서 납득했다. 그저 헤헤 웃는 콜린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가득 흐뭇함이 차올랐다. 그는 만면에 다른 전우들이 본다면 경기를 일으킬 만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에 기댄 콜린스의 정수리를 (조금 힘겹게) 쓰다듬었다.

“그래서 넌 무슨 종이라고?”

“코카투요!”

콜린스가 바람에 헝클어진 노란 머리터럭을 깃털처럼 휘날리며 힘차게 대답했다.

*

코카투. 커-캐-투? 커캩-투? [k]를 연사 소총처럼 쏴서 발음해야 하는 이 낯선 단어는 파리어가 서른 다섯 평생 영국 땅에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아무래도 외래종일 것이 분명했다. 에드워드 파리어는 본래 조류 관찰 같은 지루한 취미와는 전혀 연이 없는 인물인 데다, 하물며 토종도 아니고 어디 원시림에 살 것 같은 이상한 별칭을 가진 외국 조류에 관심을 갖게 될 날이 오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평범하게 비행 잘 하는 오메가인 줄 알았던 애인이 사실 코카투 수인이라는 고백을 듣게 된 이상, 일부러라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예의고 정성이었다. 어떻게 생겼을지, 울음소리는 어떨지 감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파리어는 우선 정보를 찾기 위한 가장 기초적 방법으로 백과사전부터 펼쳐들었다. 브리태니커 사전의 c 항목에 수록된 코카투에 관한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코카투는 관앵무상과의 유일한 과인 관앵무과에 속하는 21종을 두루 가리킨다.」

모르는 단어가 세 가지나 나와서 금방 덮어버렸지만, 일단 앵무새 비스무리한 놈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콜린스 녀석이 그렇게 말주변이 뛰어나군.’

파리어는 자연스럽게 앵무새라는 단어에서 평소 남친의 청산유수 같던 화술의 정당성을 유추해냈다. 다음으로, 좀 더 쉬운 설명을 듣고 싶어서 찾아본 조류 도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와 있었다.

「코카투: 머리 위에 꼿꼿하게 뻗은 깃털 다발이 있으며 칙칙한 색의 깃털을 지닌 나뭇가지에 앉는 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사람의 말소리를 흉내낼 수 있다. 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볼 수 있다.」

‘머리 위에 꼿꼿하게 뻗은 깃털 다발’─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콜린스의 가마가 항상 어수선하게 붕붕 떠 있던 것으로 보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칙칙한 색의 깃털’─이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활주로 끝에서 봐도 눈에 띄는 화사한 금발이 자랑인 녀석한테 ‘칙칙하다’니? 이 조류 도감의 저자는 코카투는 잘 알지 몰라도, 코카투 수인의 아름다운 빛깔과 외모에 관해서는 지식이 모자란 사람이 분명했다. 파리어는 도감 저자의 권위와 전문성에 대해 심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책장을 덮었다.

그래도 호주가 원산지라는 사실 하나는 건졌으니 처음 사전보단 수확이 나은 셈이었다. 열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는 스코틀랜드 바깥으로 나와 본 적이 없다던 녀석이 대체 어쩌다가 외래 조류의 형질을 갖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콜린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일 테지. 파리어는 콜린스 가문의 혈통을 의심하는 불경스런 짓을 시도하는 대신, 알아서 자기만의 논리로 납득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보는 부족했다. 코카투 수인을 애인으로 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는 따로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아니면 어떤 스타일의 (성)관계를 추구하는지 같은……’

보다 실용적인 정보를 찾아서 애완조 가이드북을 뒤진 끝에, 그는 마침내 쓸 만하고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건질 수 있었다.

「코카투는 대형 앵무 중에서 대표적으로 인기가 많은 과입니다. 귀여운 외모와 순한 성격이 특징적이고 애교도 많아서 사랑받는 종이지요.」

콜린스 본인은 극구 부정하는 중이지만, 그에게 ‘내 거대 복숭아’라는 애칭을 붙여준 파리어의 결정은 선견지명이었던 셈이다! 커다랗지만 귀엽고 순한 외모, 애교가 많은 성격─이보다 더 그의 거대 복숭아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어휘들이 또 있을까? 파리어는 가이드북 저자의 의견에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공감했다. 이어지는 코카투의 습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들도 파리어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내용들이었다. 사진과 함께 실린 짤막한 설명을 차례차례 읽어나갈수록, 하도 인상을 자주 쓰느라 주름이 졌던 그의 이마도 점차 탱탱함을 회복해갔다.

「하지만 대형 앵무답게 부리 힘이 아주 세서 집의 가구를 훼손하거나 파괴할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동거 초기부터 집안의 물건을 물어뜯지 않도록 다른 적절한 장난감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집도 피우고 이유 없이 울기도 하는 등 자기 주관이 뚜렷한 새지만, 강아지만큼이나 충직하고 믿음직스런 친구랍니다. 또한 사람의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종이기 때문에 주인과의 소통이 부족할 시에는 외로움을 탑니다. 심할 경우 자해를 하기도 하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요긴한 정보가 수두룩하게 담긴 단락이었다. 함께 실린 사진 속 귀엽고 예쁜 외양과 다르게, 힘이 세다는 대목에서는 콜린스가 일명 ‘RAF 불주먹 소위 사건’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과거의 모 사건이 떠올랐고, 사람처럼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 설명에서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일단 물음표 살인마로 변신해서 작전 중에도 따박따박 질문 퍼붓기를 일삼는 그의 습성이 떠올랐다. 강아지만큼 충직하고 믿음직스럽다는 부분은 또 어떤가? 자고로 개라고 하면 인류 최초의 친구, 최고의 파트너가 아닌가? 어렸을 때부터 견공이라면 일단 종류 불문 설명 불가능한 친밀감부터 느끼고 보는 파리어에게는 이보다 더 호감 가는 칭찬이 또 없었다.

그렇게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띠고서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가던 중, 파리어의 눈길이 어느 한 대목에 이르러 멈춰 섰다.

「…주인과의 소통이 부족할 시에는 외로움을 탑니다. 심할 경우 자해를 하기도 하므로……」

자해라는 단어에 일단 한 번 시선이 닿고 나자, 쉽게 주의를 돌리기 어려웠다. 동시에 파리어의 뇌리 속에서는 그동안 혹 콜린스와의 관계에 소홀한 적은 없었던가 하는 질문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타고난 성격이 무뚝뚝하다는 이유로 애정 표현에 서툴지는 않았나? 자기 앞에서는 은근히 수줍음을 타고 소심해지는 콜린스인데, 녀석이 하려던 말을 막아버린 적은? 팔다리도 쭉쭉 뻗고 튼튼한 체질이라고 해서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나 산책을 거른 적은? 그렇게 무관심하게 혼자 내버려둔 사이에 사실 다른 알파들의 불쾌한 언사나 행동에 상심했던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며칠 전 합동 훈련 때 콜린스가 답지 않게 어떤 알파 후임 하나를 갈궜던 것 같은데, 설마 그 새끼가 콜린스를……?

작은 의문으로 시작된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걷잡을 수 없이 크기를 키워갔다. 한 번 팽창하기 시작한 불안에 파리어의 머릿속이 완전히 잠식되기 직전 바로 그때, 그 결정적 순간에, 그의 귓가에 꽂히는 쾌활한 스코틀랜드 억양이 이상의 허황된 망상이 이어지는 것을 끊어냈다.

“대위님, 같이 식사 가시죠! 오늘 비프 커리 스튜랍니다!”

참으로 적절한 때의 난입이었다. 오랜만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맛을 지닌 메뉴가 나온다는 소식이 기뻤는지, 콜린스는 간만에 그 나잇대 다운 들뜬 기색으로 저녁 메뉴를 알렸다. 그는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혼자 조류도감을 뒤적이던 중인 대위 곁으로 빠르게 걸어왔다. 그리고 재빠르게 주위에 보는 눈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키를 낮춰 슬며시 팔짱을 껴왔다. 다정한 몸짓이었다.

“늦게 가면 분명 국물만 남을 테니까 빨리 달려가요, 우리. 요즘 날씨 너무 쌀쌀해져서 고기로 대위님 몸보신하셔야 됩니다. 냉동 스튜 건더기도 일단 고기는 고기니까요?”

“조국의 짬밥이 다 그렇지 뭐.”

파리어는 습관적으로 입에 밴 냉소를 내뱉으면서도, 몸만큼은 순순히 콜린스를 따라 일어섰다. 오랫동안 바닥 위에 철퍼덕 앉아 있던 터라서 다리가 저릴 만도 했으나, 사랑하는 짝의 체온이 살갑게 옆구리에 달라붙어 오니, 오려던 쥐도 절로 달아났다. 그는 익숙한 손짓으로 한 쪽 팔을 콜린스의 허리에 둘렀다. 이젠 고 탄탄하게 잘 빠진 골반 위가 아니면 어디 팔도 쉽게 못 걸치는 몸이 되어버렸다. 콜린스란 존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위의 삶에 쑥 치고 들어와서 그렇게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득 멀쩡하던 콧잔등이 부쩍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시리게 울렸다. 파리어는 실외에 있느라 차가워진 콜린스의 손을 자기의 두툼한 무스탕 안쪽으로 쑥 끌어당겼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해라. 알고 있지?”

뜬금없는 얘기에도 콜린스는 토를 달지 않고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네에.”

일부러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대답하는 짓이 방금 전 책에서 읽은 사랑스럽다던 코카투의 애교와 꼭 닮아 있었다. 덕분에 파리어는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콜린스의 이어지는 수다를 경청했다.

“왜, 그 B팀에 버르장머리를 집에 놓고 온 알파 한 마리 있잖습니까. 분위기 흐리는 놈이요. 제가 오늘 낮 훈련에서 그 녀석 뚝배기에 싹수를 새로 심어주고 왔는데요, 고 자식 배짱도 없어가지고 겨우 원산폭격 한 번에……”

대위는 이름만 겨우 아는 같은 알파 후임의 고된 훈련기를 기꺼운 마음으로 들어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콜린스가 알아서 잘 처리했겠지. 아무렴 우리 부대 군기 담당인데. 모르긴 몰라도 우리 복숭아가 보기에 혼 낼만 하니까 혼냈을 거다.’

장교식당까지 가는 오 분 남짓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콜린스의 훈훈한 미소는 걱정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파리어의 심장도 눈 녹이듯 녹여버렸다.

취사병 앞에 일등으로 도착해서 배식판에 고기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커리를 받을 때 즈음에는, 부정적이던 생각의 흐름도 어느 새 ‘어떻게 하면 코카투 수인인 콜린스의 마음에 맞는 둥지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콜린스의 입질에 대비해 어떤 장난감을 준비해주는 것이 좋을까(콜린스는 입질을 하지 않는다)’ 같은 보다 실용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콜린스가 고민 끝에 어렵사리 자기 정체성을 고백해준 만큼, 할 수 있는 한 그에게 편한 생활환경을 마련해줄 작정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파리어 자신이 본인의 성격을 돌아보건대, 그는 대체로 타인의 이익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재수 없고 까다로운 성정의 소유자였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꼭 제대로 해주고 싶었다.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고 곁에 붙잡아두고픈 인연이니까.

자꾸 보고 싶고, 곁에 두고 싶고, 따라가고 싶고. 나를 낮춰서라도 계속 함께 있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사랑이란 것이 그랬다.





3-2. 번외 샘플 (실제 인쇄본과 동일. 소량 추가됨.)

 

“찾았다. 이놈이다.”

파리어가 가리킨 사진 속 코카투는 지금까지 보았던 코카투보다 약간 체구가 작은 종류였다. 그렇지만 위로 뻗은 애교스러운 노란색 우관, 통통한 뺨, 그 아래 대조적으로 늘씬하게 뻗은 몸체와 날렵하고 긴 꼬리 깃은 분명히 코카투의 매력적인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콜린스는 사진 옆에 적혀 있는 이름을 읽어보았다.

“코카티엘(Cockatiel)? 여기 이쪽, 왕관 앵무가 정식 명칭 아닙니까?”

“난 코카티엘 쪽이 더 마음에 드는 걸. 코커-티-엘-. 새가 노래할 때 내는 소리가 그대로 혀 안으로 들어와서 굴러가는 듯한 어감이야.”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파리어의 발언은 진심이었는지, 그는 그 후로 서너 번 더 같은 이름을 고저를 바꿔가며 이렇게 저렇게 발음해 보았다. 몹시 흡족해 보이는 파리어의 반응과 대조적으로, 콜린스는 다소 회의적인 기색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코카투 치고서 좀 아담하지 않습니까? 대형앵무 종의 위엄이 잘 안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머리 빛깔도 너무 샛노랗고 몸통은 그냥 칙칙한 회색 아니면 흰색에다가…… 으음, 제 눈에는 차라리 아까 그 몰루칸? 그 홍학처럼 커다란 애가 좀 더 멋져 보입니다만. 덩치도 크고 근육도 더 잘 잡혀있고.”

“아니, 그건 조류가 아니라 호주 대평원의 흉포한 유대류일세. 자네한텐 이 코카티엘이 적격이야!”

이미 결론을 내린 듯 단호한 파리어의 반응에 대해서, 콜린스는 부득이 반대의견을 덧붙이는 수고를 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어지는 파리어의 설득에는 꽤 진심어린 열의가 담겨 있기까지 했다.

“머리 빛깔이 너무 샛노랗다고 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레몬 빛깔처럼 기분이 상쾌해지는 노란색이란 뜻이지. 뒤에서 널 따라가면서 그 뒤통수를 볼 때마다 항상 잘 익은 레몬처럼 달 것 같다고 생각했어. 크게 입을 벌려서 한 입 아삭 깨물면 새콤한 맛이 혀끝에 진동할 것 같았다고.”

“사람 머리통에 대고 씹어 먹겠다니요……”

뜻밖의 엉뚱한 칭찬을 받게 된 콜린스가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파리어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이 발견한 왕관 앵무와 콜린스의 닮은 점을 하나씩 짚어나가는 것이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솟은 이 우관도 마음에 들어. 왁스를 바르지 않아도 아침에 손으로 슬슬 훑어주면 알아서 모양이 잡히는 네 앞머리 같거든.”

“뒷머리 짧게 치고, 윗단 아랫단 차이는 5센티미터를 넘지 않게. 전 전군 복장규정에 따라서 머리를 잘랐을 뿐인데요.”

“그럼 이 뺨의 홍조는 어떤가? 딱 검지 한 마디만큼 자그마한 크기로 붉게 연지를 바르고 있잖나. 연노랑 뺨 위로 은은하게 떠오른 복숭아 꽃 같아. 이것도 너랑 똑같지.”

“꼭 그렇게 사람 콤플렉스를 가져다가 놀리셔야 직성이 풀리십니까, 예?”

이와 같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귀가 마비될 것처럼 달콤한 대사를 연이어 읊어대는 파리어의 행동에 결국 콜린스도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는 붉어진 얼굴을 양손 사이로 푹 파묻었다. 사실 레몬을 닮은 머리통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대목이 나왔을 때부터 수그린 귀 끝은 이미 시뻘겋게 달아오른 참이었다. 민망함이 한계치에 달했는지 멀쩡하던 목까지 덩달아 메이는 것 같았다. 사람이 당황하면 말도 나오지 않는다던 속설을 직접 체험하게 될 줄이야. 그는 막힌 목으로 헛기침을 몇 번 한 다음, 겨우 대꾸했다.

“대위님 올해로 춘추가 어떻게 되시지요?”

“내가 그 말은 자제하랬지, 소위.”

“어떤 말이요?”

“춘추, 춘추! 아직 마흔도 안 넘은, 장년 중에서도 장년 문턱에 갓 발 딛은 사람한테 춘추라니.”

올 여름을 기점으로 서른일곱 살을 꽉 채운 남자가 불만스럽게 대꾸했다.

‘서른일곱 살 먹고 조류도감 뒤지면서 펄쩍펄쩍 뛰는 파리어는 그럼 뭔데요……’

이런 생각이 혀끝까지 차올랐지만, 콜린스는 나이 얘기가 나오면 약간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는 연인의 습관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반박하고픈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대신 아까 전부터 조류도감 217쪽의 코카티엘 사진으로부터 좀처럼 눈을 못 떼고 있는 연인 쪽을 흘낏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계시니까 꼭 공룡 도감 삼매경에 빠진 열 살배기 같으시네요. 왜, 그 나잇대 어린애들은 무슨무슨 사우루스니, 무슨무슨 고라스니, 기본 열너덧 자를 훌쩍 넘는 공룡 이름과 생김새를 줄줄 외우고 다니잖습니까.”

“네가 십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직접 경험해본 자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참신한 비유로군, 소위. 참고로 나는 공룡보다는 곤충 도감 파였네.”

파리어가 눈 하나 꿈쩍 않고 그대로 받아쳤다. 아무래도 열다섯 해를 더 산 연륜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닌 듯싶었다.

‘이런 모습까지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면 답이 없는 걸까? 역시 내 인생은 이미 저당 잡힌 걸까?’

이것이 자기를 닮아 예쁜 선조를 찾아보겠다고 수십 년 만에 조류도감을 뒤지는 파리어의 모습을 보면서 콜린스가 떠올린 첫 감상이었다. 그는 시공을 뛰어넘어 수천 년 전, 루비콘에서 돌아올 수 없는 결정적 강을 건너버린 로마 군인의 심경을 몸소 체감하며 복잡한 감회에 젖어들었다.

동시에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신뢰와 안정감이 따라왔다. 사람에 따라 기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수인 형질, 그로 인해 발생하는 귀찮은 습성들, 지난 번 등화관제 사건 때의 꼴불견스런 모습까지. 그 모든 시간들을 함께 겪어나가는 동안 파리어가 보여준 일관성 있는 신뢰와 듬직한 면모들은 확실히 어린 연인의 마음에도 큼직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조심성 많은 새의 후손답게, 콜린스는 본능적으로 가장 깊숙한 비밀만은 깊이 숨겨놓은 채 끝까지 드러내지 않고 버티고 있던 중이었다. 어쩌면 마지막 특이점의 비밀을 공유하는 순간 파리어의 얼굴 위로 떠오를 경멸 혹은 당혹스런 표정을 보게 될 것이 두려워 무의식적으로 숨겼던 걸지도 모른다. 아무리 굳건한 척, 강한 척,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것 같아 보여도 인간의 마음은 약한 솔바람 하나에도 갈대처럼 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이 콜린스 나름의 불가피한 방어 기제였다.

그런데 어쩐지 오늘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라면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말의 불안감 탓에 차마 끝까지 밝히지 못했던 비밀을 이제는 당당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공유의 순간은 경이나 호들갑과는 거리가 먼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콜린스는 예감했다. 전에 누군가가 조건 없는 믿음이야말로 곧 신뢰라고 말했던가? 그는 지금 이 순간 신뢰에 관한 그 모호한 정의가 뼛속깊이 사무치도록 이해되었다.

그 계기가 ‘자신의 (존재할 리 없는) 선조를 찾아내겠다며 조류도감을 뒤지고 있는 애인의 모습을 목도하다가’라는 점이 다소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계기야 어떻게 되었든, 콜린스는 바로 그 엉뚱한 상황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고, 그리하여 다음의 돌발적인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파리어, 전에 내가…… 좀 더 자신이 생기면 말해주겠다고 했던 거 기억나요?”

“물론이지. 하늘만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네가 먼저 형질을 밝혀줬던 그 순간에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넌 모르지? 그 때부터 늘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파리어가 웃으면서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 보일 듯 말 듯 여린 미소가 최후의 도화선이었다. 찰나의 미소 하나가 마지막까지 콜린스의 심장 끄트머리에 악몽의 잔여처럼 붙어있던 지긋지긋한 염려를 날려버렸다. 세 달 전 그때 그 시간이 다시 반복되고, 같은 상황이 되돌아온다. 콜린스는 깊게 숨을 한 번 들이쉰 다음 숨겨야만 했던,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비밀을 고백했다.

“내 산란기를 도와주세요.”

전반적인 상황이나 분위기는 처음 수인임을 고백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덜덜 떨리던 손과 심장을 잡아먹을 것 같은 초조가 부재했을 뿐. 대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신뢰가 그 빈자리를 채웠다. 방금 소리 내어 말한 고백을 음미하기라도 하듯, 그는 한 번 더 자기의 결심을 곱씹듯 반복하여 말했다.

“내 산란기를 당신과 보내고 싶어요. 내 가장 힘든 순간에도 가장 기쁜 순간에도 전부, 파리어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해요.”

“그건― 이건― 그 말은 그러니까―”

파리어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는지, 애매모호한 의문사와 지시대명사를 반복하며 대답을 지연했다.

자칫 파국으로 치닫을 뻔한 상황을 뒤집은 것은 콜린스의 용기 덕분이었다. 오랫동안 너무 많은 것을 숨겨야만 했던 청년이, 이제 그 모든 위장의 시간에 대해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 듯, 한 발 짝 더 앞으로 다가 앉았다. 파리어와 정면으로 시선을 맞춘 채, 그는 흥분하지도 떨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내 산란기를 함께 해줘요, 파리어.”

색소가 연한 하늘색 눈이 진심을 담아 연상의 남자를 바라본 그 순간, 파리어가 쓰고 있던 당황의 페르소나도 가루처럼 잘게 부서져서 날아갔다. 그는 잠시나마 망설였던 방금 전의 실수를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자세를 바로 하고 어깨를 곧게 폈다. 그리고 훈장을 받기 위해 버킹엄 궁에서 조지 4세를 알현했을 때보다도 더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경례를 붙였다.

“영광일세, 소위.”

콜린스는 상하관계가 뒤바뀐 그의 경례를 지적하는 대신, 꼿꼿이 등을 펴고 앉아있는 파리어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보통 자기가 직접 파리어를 안으면 안지, 자진해서 그 품에 안기는 법이 없던 콜린스로서는 드문 몸짓이었다. 그 가슴에 귀를 대고서 부쩍 빨라진 파리어의 심장 박동을 들으면서,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예견하기라도 했던 마냥 자연스럽게 파리어의 답례를 받아들였다.

“응,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항상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서 당신이 좋아. 콜린스가 창공 같은 파리어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들면서 작게 속살거렸다. 혼잣말인 듯 아닌 듯 홀로 속삭이는 사랑의 고백에는 편안함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굳건한 신뢰와 애정에 취해서 자오의 께느른한 졸음 속으로 빠져든 탓에, 이 어리고 당돌한 새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사랑의 충만함이 지나가고 허세 섞인 용기도 잠잠히 제 자리를 찾은 직후, 비로소 대위를 덮치기 시작한 패닉의 해일을.


*


‘콜린스가 알을 낳는다고? 피임은 절대 안 빠트렸는데?’

산란기를 함께 보내달라는 고백을 들었던 순간, 파리어의 머릿속으로 가장 먼저 번개처럼 지나간 생각이었다. 알파와 오메가, 베타가 섞여 있는 공군 특성상 필수 보급품으로 지정된 콘돔을 달마다 박스채로 받아가느라 보급병한테 무언의 질타를 받던 것이 바로 그제 일이었다. 그런데 알이라니? 산란이라니? 콜린스의 동의 없이 그의 커리어를 끝장내고 싶은 마음 따위는 일절 없었던 파리어에게 그 소식은 당황스러운 동시에 죄책감과 자괴감을 부추기는 날벼락이었다.

‘설마 창창한 그 녀석 앞길을 막아버린 건가? 인생 발목 잡아버린 거냐고, 내가? 그런데 콜린스는 어떻게 그토록 태연한 거지?’

누구보다 그 꿈을 이뤄주고 싶었던 상대의 미래를 부숴버린 몹쓸 장본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직면했을 때의 자책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비행 중 수직 급강하를 해야 할 때 체내의 장기와 영혼이 분리되는 감각이라고 묘사하면 그나마 지금 심경과 가장 근접할까? 차라리 갑자기 땅이 꺼져서 그 속으로 폭삭 추락이라도 하고 싶었다.

‘영광일세, 소위.’

모처럼 용기를 내준 콜린스의 요청에 믿음직스러운 척, 담대한 척 대답했지만, 영광의 순간은 찰나일 뿐, 곧이어 머릿속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온갖 복잡한 심경들 때문에 파리어 대위는 콜린스의 산란기를 도와주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압사당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동양의 먼 고사에서 이르기를 인생 새옹지마, 세상만사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일생 최대의 파렴치한 실수 앞에서 뇌가 찌그러지기 직전까지 다다랐던 파리어 대위를 구원한 것은, 우연히 던진 질문 한 마디였다. 한창 행복한 기분으로 산란일를 준비하고 있던 콜린스에게 염치불구하고 던졌던 질문이 해답의 열쇠를 가져다주었다.

“콜린스, 그…… 저…… 알 말일세…… 그러면 우리 아이는 난생인 건가?”

“……예?”

웬만한 일에는 눈 꿈쩍 안 하는 침착한 성정의 파리어가 떨리는 양손까지 맞잡으며 그렇게 물어봤을 때, 콜린스가 보인 반응은 그야말로 귀 먹은 노인의 표정이었다.

‘설마 나이 스물 창창한 때에 벌써 청력 감퇴가? 내가 귀 관리를 너무 소홀히 했나? 샤워 할 때마다 귀지 좀 제때 파둘 걸.’

젊은 소위는 이런 식의 우스꽝스런 가설을 떠올리며 현실 도피를 해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감았다 떠도, 당장 코앞에서 두 손으로 비행장갑을 이리저리 비틀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대위님의 모습은 현실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서야 저 듬직한 남자의 머리통에서 굴러가고 있을 엉뚱한 생각의 실마리가 슬슬 짐작되었다. 그는 서른일곱 살 먹은 선임에게 뱀 수인이라고 해서 실제로 허리가 요롱이인 것은 아니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상기시켜줘야 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다시 한 번 인내 깊은 교사의 심경으로 설명을 반복했다.

“대위님. 저는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뭐죠? 예, 포유류죠. 만약 제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건 다른 모든 오메가나 베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배에서 열 달을 채우고’ ‘태반이랑 같이 태아를 빼내는’―이 대목에서 파리어는 전신을 움찔했다―‘포유류의 출산 방식’일 겁니다. 아시겠어요?”

“하지만 산란기라며?”

파리어가 혼란스러운 안색을 띠며 물었다. 흔들리는 동공 위로 살짝 억울함이 어린 것도 같았다. 콜린스는 거친 하이랜더 선조를 닮아 확 치밀어 오르려는 다혈질을 다시 쉼 호흡으로 가라앉혔다. 그리고 자신의 설명 중에서 오해를 일으킨 부분을 정정했다.

“제가 산란기 때 낳을 알은 무정란입니다. 씨 없는 거. 병아리 되는 거 말고, 스크램블 에그 요리할 때 사용하는 그 무정란이요. 이해 되셨습니까?”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며 감정이 배제되다 못해 감수성마저 날려버린 그 차분한 태도에 압도 당해서, 파리어는 차마 말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자기가 낳을 알을 계란 후라이에 비교하다니……? 만화경처럼 늘 각양각색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콜린스의 매력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새로운 매력이 다소 당혹스럽다 못해 서글플 지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콜린스는 지적이고 모범적이며 교과서적인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 시대에 수인이라는 건 퇴화되다 말고 남은 흔적기관 같은 거란 말입니다. 수정이 되지 않아도 알을 낳는 새들처럼, 반년에 한 번씩 빈 깡통 같은 알이 나오는 거예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요. 그게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데다가 쓸데없이 흥ㅂ…… 아, 아무튼 러트나 히트 사이클처럼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번외편이 산란깁니다. 그나마 발정기는 애라도 낳지, 이건 원, 생산성도 없고 께름칙하기만 하고…… 으으.”

그러면서 어깨를 부르르 터는 콜린스의 반응이 자못 심각해 보여서, 파리어는 ‘애초에 닭도 아닌 앵무새가 왜 주기적으로 빈 알을 낳는데?’라는 질문은 도로 얌전히 삼켜야 했다. 대신 그는 발끝을 들어서 아직도 불편한 표정으로 툴툴대고 있는 콜린스를 듬뿍 껴안아주고 달랬다.

“내가 수인에 대해 잘 몰라서 미안해. 그렇지만 네가 필요하다면 있는 힘껏 다 해서 돕겠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말하지 못하고 숨겨야 했던 시간들은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히 길었지 않아? 내가 모르면 자네가 알려줘. 최선을 다 할 테니. 네가 슬퍼하는 걸 볼 때마다 내 심장도 같이 욱신거려서 힘들거든.”

그 한 마디 한 마디를 파리어는 다짐이라도 하듯 꾹꾹 눌러새기며 이야기했다.

“……하여튼 생긴 거랑 다르게 달래기 기술은 청산유수시지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이렇게 살가우시면 우리 부대 분위기 조성하기가 얼마나 편할까 몰라.”

콜린스는 괜히 기분이 간지러워져 애꿎은 말로 타박했다. 그래도 자신이 받는 특별대우가 타인과 비교해서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점에 굳이 토를 달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본딩을 맺는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의 배타성을 기조로 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알파가 자기를 향해 약간 과도한 증세의 보호욕구와 열정을 내보인다고 해서 기분 나쁠 리 없었다.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은은한 만족감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근질근질 기어오르는 것을 보면, 본딩이 맺혀도 아주 제대로 맺어진 게 분명했다.

콜린스는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마주 안은 파리어의 허리께를 어루만졌다.

“그럼 이번 산란기는 대위님만 믿고 가뿐히 넘겨보겠습니다. 필요한 준비물은 제가 처리할 테니 대위님은 몸만 오시면 됩니다.”

“신문지는 필요 없고?”

“어차피 찢을 틈도 없을 걸요. 산란이 진행되는 내내 열도 오르고, 본판으로 들어가서 낳기 시작하면 정신도 몽롱해져서. 따로 안 만져도 약간은 느끼게 되거든요.”

아무리 서로 몸을 맞춘 지 오래 되었다 한들, 대단한 어휘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콜린스를 향해 파리어는 약간의 경외를 느꼈다. 말만 들으면 이미 계란 한 판은 낳은 것처럼 평이하고 익숙한 태도였다. 대체 이 산란이라는 것이 어떤 과정인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평범한 알파를 향해, 콜린스는 그저 웃으면서 벽에 걸어놓은 달력을 짚었다.

“자, 여기 일주일 뒤. 내달 초하루입니다. 필요한 물건들은 제가 알아서 다 준비해 놓을 테니까 그날 휴가 내놓으시고 방만 제대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어디 다른 곳이라도 가는 건가?”

“음, 혼자 보낼 때는 시내 여관이나 호텔을 잡아서 해결했었지만 이젠 대위님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집만큼 편한 곳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 분야에 관한 한 선배격인 오메가 새 수인은, 그러면서 대담하게도 상관의 코를 톡톡 치면서 덧붙였다.

“대위님은 배 마사지하는 법이나 잘 익혀두고 연습해 오세요.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가르쳐 드릴 테니까.”

“오래 살다보니 부하한테 가르침을 받는 일도 생기는군.”

“세상에는 이론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지식도 존재하는 법이죠.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압니다. 거기에 아주 약간의 도움의 손길, 대위님 당신의 체온과 큼직한 손바닥만 더하면 충분합니다.”

관계가 역전된 이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콜린스는 흥겹게 손가락까지 까딱이며 휙 돌아섰다. 남은 긴장은 이제 오로지 보조 마사지사라는 중책을 떠맡은 알파의 몫이었다. 긴 사정과 서술을 뒤로하고, 이렇게 하여 비로소 파리어는 운명적인 초하루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


콜린스의 말처럼 새 수인이라고 해서 실제로 난생 생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수인이 동물체로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이미 수십 만 년 전부터 생식 방식 또한 포유류 일반―더 정확히는 인간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방향으로 수렴되었다. 다만 퇴화된 생식계 중 일부는 남아서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드물게 오메가와 새 수인 형질을 동시에 갖고 태어나는 경우에는 이 흔적기관의 놀라운 기능(?) 발휘되면서 히트 사이클과는 별개로 무정란을 배출하는 산란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상이 파리어가 새 수인의 산란기에 관해 찾아본 대략적인 설명이었다. 급하게 찾아본 터라 간략하다 못해 난해한 설명이었지만, 이전에 콜린스가 알려준 것과 대체로 비슷한 맥락이었다. 조사를 하다가 추가로 알게 된 사실은 두 가지뿐이었다. 바로 산란기 동안에 파트너 관계를 맺은 짝이 옆에서 함께하면서 스킨십 등으로 도와주면 더욱 수월하게 그 시기를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콜린스가 자기의 산란기를 함께 보내달라고 청해왔을 때, 그 요청이 암시하는 바는 그만큼 그가 파리어에게 공고한 신뢰와 애정을 품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 콜린스와 자신의 관계가 더 이상 감출 것 없는 사이로 발전했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명확한 형태로 코앞에 그 증거가 들이밀어지니 더욱 더 막중한 책임감이 몰려왔다.

초하루 날 오후, 파리어가 반나절 훈련만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아예 하루 통째로 휴가를 낸 콜린스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은 상태였다. 평소 카펫밖에 없던 침실 바닥 위에 탄력성이 좋고 방수 기능을 겸비한 매트가 여러 겹 깔려 있었는데, 어림짐작으로 그 개수를 헤아려도 대여섯 장은 쉬이 넘을 듯싶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데운 수건이며 따뜻한 물 한 바가지도 준비해 놓았다. 아마 산란 도중 힘들어지면 언제라도 쉽게 배와 하체를 따뜻하게 마사지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하건대 그 마사지의 보조를 담당하는 이는 바로 파리어 자신이 될 터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파리어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그렇게 준비한 산란용 둥지 위에 실내복 상의만 걸치고서 느른하게 기대듯 앉아있는 콜린스의 자태였다. 예상보다 일찍 산란의 전조가 찾아온 것인지, 그는 허리 아래로는 속옷 하나 남기지 않고서 전등 아래 훤히 하체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곧 다가올 출산을 준비하는 여인처럼 넓게 사타구니를 벌리고 있었다. 이미 자궁구 부근까지 내려온 알들이 슬슬 아랫배를 압박하기 시작하자, 본능적으로 그것들을 낳기에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 움직인 결과였다. 그러나 아무리 이성적으로 그런 사정을 헤아려 본들, 아무런 방비도 없이 갑작스레 그 광경을 목도하게 된 파리어로서는 목덜미가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꾸금이라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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