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끄적이다만 스팁버키 글 중에


 


요런 게 있는데, 오늘 문득 집에 걸어오다가 스티브에 관한 생각이 나서 조금 덧붙여 본다.


1. (내 경험을 투영하자면) 스티브 로저스라는 사람은 무리 생활보단 혼자 있을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내향성이 큰 편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그 역시 사람으로서 갈구하게 되는 최소한의 소속감 혹은 지속적 관계에의 열망은 있지 않았을까?


2. <시빌워> 종결부의 토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병영에서나 군대에서나 학교에서나 언제나 난 혼자라고 느꼈지'라고 말했듯이, 스티브는 타인보다는 자기 안으로 깊이 성찰해 들어가는 본인의 내향성을 오래전부터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으리라 본다. 여기저기서 읽은 인간 성격론에 관한 짧은 식견에 의하면, 그리고 내 짧은 인생경험에 의거해서 감히 추론하자면, 내외향성의 여부와 리더(혹은 지도자)의 자질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공인으로서의 스티브(aka 캡틴)는 '앞장서는', '희생적인', '사람들에게 믿음과 사기를 주는', '가장 먼저 이끌어가는' 등, 흔히들 말하는 외부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3. 그런데 MCU 곳곳에 흔적처럼 남아 있는 사인(私人) 스티브의 언행을 보자면, 이 사람은 참 내향적인 사람이거든. 중요한 일들은 결국 혼자 속으로 결정하고, 넓고 확대지향적인 관계보단 좁더라도 깊은 관계를 선호하고. 결이 맞는 자기 울타리 안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단순 동료를 확실히 구분하고. 이런 개인주의 성향을 청년시절부터 드러나는 그의 정치성향으로까지 살짝 확대해서 적용해보자면, 스티브가 공사 양쪽으로 모든 형태의 집단주의를 경계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 주체가 선한 편이든 악한 편이든(즉 나치-하이드라든 쉴드-안보리든) 파시즘 및 전체주의적 요소가 보이면 반 본능적으로 반발심을 느끼는 것도 그렇다. (사실 나는 그래서 스티브 로저스라는 개인이 좋다)


4. 이처럼 내향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집단/무리'로부터 거리를 두되, 그런 스티브라고 해도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갈구하게 되는 최소한의 관계감과 소속감이 있겠지. 그리고 아마 그것을 채워준 상대가 버키가 아니었나 싶다. 놀이터에서, 브룩클린 공터에서, 학교에서, 캠프에서, 전장에서나.


5. 비록 소수의 인간관계를 추구하지만 그만큼 더 깊이 신뢰하고 기댈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 또한 쭉 그 사람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픈 상대. 인간 스티브에게 버키 반즈는 (섹슈얼, 로맨스, 아니면 단순한 우정 등 어떤 의미로든) 그런 The Right Partner가 아니었나 싶다.


6. 영리한 사람이고 자기 이해도가 높은 사람인 만큼, 스티브는 아마 자신의 천성적인 내향성도, 그런 성향으로서 타인과 관계 맺는 자신만의 방법이나 기교도 비교적 일찍 깨닫고 익혀갔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성애적 의미를 제하고서라도) 버키와의 관계감 및 소속감의 특별한 위치를 인식하고, 버키와의 관계 맺음에 대한 연습을 연마하기 시작한 것은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이 지점이 궁금하기에 내 나름의 글로 공상해 보고 싶은데, 그게 참 안 되는구나. 이렇게 스팁버키를 좋아하게 된 지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스티브에 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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