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에릭, #찰스에릭캐해석, #엑스맨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극장 마지막 회차 감상 후 해석 정리.


이 감상문은 2011년부터 시작된 X-Men 프리퀄 시리즈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을 간단히 정리한 글입니다. 1차적인 목적은 추후 2차 창작 활동 혹은 기타 팬덤 활동 시 참고하기 위해 기록해놓기 위해서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을 정리하여 하나의 유기적 흐름을 갖는 해석으로 정리하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진행된 20세기 폭스사의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를 관람하면서 느꼈던 1) 캐릭터 해석의 변화를 정리하고, 2) 나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글쓰기 자체에서 기쁨을 느꼈습니다. 사실 이런 점이야말로 좋아서 하는 덕질의 가장 실용적이고도 중요한 효용성이 아닐는지요. 다사다난했던 영화지만, 어쨌든 고맙습니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





Ⅰ.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2016)> 이후, 찰스와 에릭은 과연 재결합을        했을까?


Yes.

이와 관련해서는 총 다섯 가지로 그 이유를 정리해보았는데, 앞의 두 가지는 비교적 기술적인 부분이기에 간단하게 설명하고, <아포칼립스>에서 대사 및 연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나타난 심리적, 상징적 부분에 조금 더 비중을 할애할 계획이다.



1.    <아포칼립스> 이후 찰스와 에릭 간의 재결합을 타진해볼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로, 브라더후드의 핵심 멤버였던 미스틱이 단독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전작인 <Days of Future Past>에서 기존에 나왔던 오리지널 엑스맨 시리즈의 내용 및 설정이 리셋된 덕택에 가능해진 설정이다. 2000년대에 제작된 기존 엑스맨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히어로로 대표되는 ‘프로페서 X 진영’(일명 엑스맨)과 빌런으로 대표되는 ‘매그니토 진영’(일명 브라더후드) 간의 대립 및 필요에 의한 동맹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이때, 빌런 역할을 담당하는 매그니토 진영의 핵심 멤버 중 하나가 바로 미스틱인데, 그녀는 기존 시리즈에서 매그니토의 오른팔이자 부관으로 활동하며 찰스와는 명확한 대립관계에 위치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프리퀄 시리즈의 2부에 해당하는  <Days of Future Past>에서부터 미스틱은 찰스는 물론 에릭으로부터도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용병’ 활동을 하기 시작했으며,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아포칼립스>에서는 옛 동료를 위해, 혹은 새로운 적을 저지하기 위해 찰스에게 먼저 찾아가서 협력의 손을 건네는 역할을 맡는다. <아포칼립스>에서 팀 프로페서X의 본격적인 ‘세상 구하기’ 행위가 발동되는 계기가 에릭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레이븐이 웨스트체스터를 방문한 시점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    둘째로, 기존 시리즈에서는 매그니토 진영의 멤버로 등장했던 피에트로(피터)가 프리퀄 시리즈 에서는 X-Men 훈련을 통해 처음으로 뮤턴트 세계에 진입하게 되는 것으로 서술되는데, 이때 그 지도 역할을 맡게 되는 인물이 바로 찰스와 미스틱이다. 이는 기존 시리즈에서 구축해 놓았던 ‘매그니토 진영 대 프로페서X 진영’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흐트러트리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스틱이 필요하다면 엑스맨 팀에 용병 식으로 합류하리라는 추후 전개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포칼립스> 이후 미스틱이 한동안 개인적인 활동과 자비에 영재학교에서 엑스맨 훈련담당을 병행할 것이라고 추측하며, 이는 미스틱과 찰스 간의 감정적 화해를 암시할 뿐만 아니라 사상적 측면에서의 타협 가능성 또한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의 세 파트에서는 영화 내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주요 인물들의 대사 및 행동, 연기에 의거하여 찰스와 에릭의 재결합 가능성을 유추해보고자 한다.



3.    우선, 아포칼립스와의 마지막 격전 중에서 에릭이 아포칼립스를 배신하고 찰스와 그의 동료들이 숨어 있던 참호를 보호하며 던진 대사에 주목해보자. 아포칼립스가 찰스가 숨어 있던 가건물을 날려버리며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순간, 매그니토를 상징하는 거대한 X자의 철골이 묵직하게 꽂히며 그 앞을 가로막는다. 이를 본 아포칼립스는 “나를 배신하다니!(You betray me!)”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출하고, 이에 대해 에릭은 “아니, 내가 (그동안) 저들을 배신했던 거지.(No, I betrayed them.)”라고 응수하며 등을 돌려 아포칼립스에 대한 반격을 개시한다.



여기서 에릭이 말한 ‘저들(them)’이 찰스와 레이븐, 행크 등의 <퍼스트클래스> 시절의 옛 동료를 의미한다는 것은 해당 대사 전후로 삽입된 회상 장면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가령, <퍼스트클래스>에서 찰스가 에릭을 동료로 영입하기 위해서 CIA 건물 앞에서 그를 설득하던 장면 및 이에 대한 에릭의 내적 갈등이 상당히 길고 자세하게 이어지는데, 이 같은 회상 장면의 삽입은  빠르게 휘몰아치던 전투장면에 잠깐 관객이 숨을 돌릴 수 있는 틈을 주는 동시에 에릭이라는 캐릭터의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사실상, 찰스의 설득에 대한 에릭의 내적 갈등은 이미 세리브로를 통한 찰스와의 재회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아포칼립스와 찰스 간의 정신계 싸움에서 그 갈등이 고조되다가 앞서 언급한 공통의 적에 대한 저지와 함께 비로소 그의 내적 갈등은 해소에 다다르는 구조로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에릭이 아포칼립스의 ‘네 기수들(Four Horsemen)’에서 맡은 역할이 자기장 생성을 통한 방어 위주라는점이 주목할 만하다. 엔젤, 스톰, 사일록이 소위 공격형 포지션을 맡아서 찰스의 동료들과 적극적인 전투를 펼치는 데 비해, 엑스맨 세계관에서 물리공격계 뮤턴트의 최상층에 위치해 있는 매그니토가 오히려 공격이 아닌 방어라는 포지션에 배치된 것이다.


물론 매그니토를 비교적 정적이고 방어적인 포지션에 놓은 것에는 1) (영화 내용상) 전략적 이유에서 에릭의 능력이 인류 문명의 건축물을 효율적으로 파괴하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인 점, 혹은 2) (영화 연출상) 자기장을 사용한 장엄한 볼 거리를 연출하기 위해서라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품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오직 작품 내적인 요소ー특히 찰스와 에릭, 두 인물 간의 관계 변화에 집중하여 분석해본다면 <Days of Future Past>에서 적극적으로 찰스를 공격하던 모습과 달리 <아포칼립스>에서는 그가 뒤로 한 발 물러서 비교적 찰스를 향해 공격하는 사태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즉,  찰스 진영과의 접전에서 그가 다소 방관적인 태도를 보인 사실은 이번 편에서 그가 아포칼립스와 결탁한 근본적인 이유가 ‘사적인 좌절감과 복수심의 발로’에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된다. 전작에서처럼 이념, 사상적인 대립 때문에 전투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에릭이 폴란드에서 마그다와 니나를 잃고 하늘을 향해 홀로 외쳤던 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IS THIS WHAT YOU WANT FROM ME? IS THIS WHO I AM? Is this who I am?”          (이게 당신이 나에게 원한 것이었나? 이게 나란 존재느냐고! 나는 결국 나일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렇다면 <아포칼립스> 사태가 종료된 후에 찰스에 대해서도 감정적 화해와 타협을 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4.    다음으로, 전투가 끝난 후 찰스 사상의 핵심인 ‘인간ー뮤턴트 공존론’의 산실인 자비에 영재학교를 재건 하는 데 에릭이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분명 <퍼스트클래스> 후반부의 쿠바 해변 장면과 <Days of Future Past>의 연설 장면을 거치면서 에릭은 자신이 찰스의 공존주의와는 현저히 대비되는 분리주의의 길을 걸을 것을 천명했다. 그랬던 그가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공존론’이 실현되는 공간인 영재학교의 재건을 도와주는 주된 역할을 맡는다. 그것도 매그니토의 직접적인 뮤턴트 능력을 써서! 찰스의 비전과 신념이 구현된 이 건물을 다시 세워줌으로써, 에릭이 비록 지금 당장 찰스와 완벽하게 같은 길을 가지는 않더라도, 향후 찰스의 신념에 대해서 어느 정도 타협할ー더 나아가 공감할 수 있는 심리적 여지를 갖게 되었음을 상징한다.



5.      마지막으로 <아포칼림스>에서 찰스와 에릭이 헤어지며 서로에게 건네는 대사를 살펴보자. ‘너는 언제나 인간 속의 희망을 본다’고 말하는 에릭에게 찰스는 자신이 인간 안의 희망(hope)을 믿은 것이 결국 옳지 않았느냐고 답하며,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I was right about Raven. I was even right about you.”                                                      (내가 레이븐에게 가졌던 희망은 결국 맞았잖아. 심지어 에릭 너에 대해서도 맞았지.)


찰스의 분명한 확신과 자신이 느껴지는 위 대사를 들으며 에릭의 안에는 분노 말고도 평정과 용서 또한 남아있다던 <퍼스트클래스>의 주요 대사가 다시 한 번 오버랩되었다. 다만 다른 점은 <퍼스트클래스>에서는 같은 대사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찰스의 자만에 가득 찬 설득성 대사로 느껴졌다면, <아포칼립스>에서는 드디어 모든 오만과 자만을 버리고, 길고 긴 엇갈림 끝에, 진실로 ‘네 안에는 연민과 평화가 존재한다’고 신뢰하는 사람의 확신이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같은 대사에 대해서 <퍼스트클래스>와 <아포칼립스>에서 에릭이 보인 반응이 달라졌다는 사실 역시 새삼 크게 다가왔다.‘네 안의 선한 면을 믿는다’는 찰스의 말에 <퍼스트클래스>에서의 에릭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아포칼립스>의 에릭은 편안한 미소만 짓고 만다. 한 사람의 마음이 그 안에서 오랫동안 묵었던 슬픔과 자괴감을 비로소 떨쳐내게 될 때는 울음이 아니라 미소를 띠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오래토록 증오하는 일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증오와 분노라는 행위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증오하는 마음 자체가 그 사람의 나머지 삶을 갉아먹고 그의 세계를 잿빛 안개 속으로 온통 잡아끌기 때문이다. 어느 사람을 계속해서 증오하게 되는 과정이란 총천연색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잡티가 지직거리는 낡고 찢어진 흑백 스크린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분노와 증오를 오래 담고 있는 사람은 사실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그만큼 슬프고 힘겨운 사람이다.


그런데 어떤 계기에서건 그 분노와 증오 속을 뚫고서  단 십 분지 일정도 밖에 안 되는 안정과 신뢰가 비집고 들어가면, 그 사람의 마음은 다시 수면처럼 고요해지고 그의 세계에는 색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길고 지독했던 우울의 시간은 끝나고 다시 삶이 시작된다. <아포칼립스> 마지막 장면에서 찰스가 건넨 ‘네 안에 있는 평안과 평화의 존재를 믿는다’던 말과, 그에 응답하는 에릭 의 긴장 없는 미소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믿는다.



한 가지 인상깊었던 장면을 더 덧붙이자면, ‘설득’에 관한 두 사람의 다음 대화이다.


“You sure I can’t convince you to stay?” (설득해도 안 남을테지?)                                           “You’re psychic, Charles. You can convince me to do anything.”                                   (넌 정신계잖아, 찰스. 얼마든지 날 설득시킬 수 있으면서.)


에릭의 말처럼 원한다면 언제든 에릭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찰스. 그리고 찰스가 언제든지 자신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더 이상 헬멧으로 막지 않고 장난치듯 웃고 마는 에릭. 신뢰와 존중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말들이다.



5.         궁극적으로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는 찰스와 에릭 양측의 성장기를 보여주었다. 오만에서 벗어나  상대를 ‘존중할 수 있는 겸허함’이 찰스의 성장이었고, 증오 대신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여유와 생애 단 한 사람만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이 에릭의 성장이었다. 20여 년 동안 진행된 만남과 신용과, 배신과, 상처와, 이별과, 그리고 다시 화해의 끝에 두 사람이 얻어낸 값지고 귀한 삶의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 한 단락을 끝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찰스와 에릭이 다시 함께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5년 간 달려온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는 기존 시리즈의 ‘프로페서X 대 매그니토’의 구도를 해체하고, <퍼스트 클래스>의 만남과 결별一<Days of Future Past>의 실망과 대립一<아포칼립스>의 화해를 통해 다시금 동반의 가능성을 보여준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cocktail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