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인터넷에 하도 홈커밍 어머니들이 많으셔서 감상 남기기가 조심스럽다. 덕분에 영화 감상용으로 쓸 생각은 전혀 없었던 블로그를 빌려 간단한 감상을 적어본다. 


애당초 스팁버키 뽕을 채우러 보러 갔던 만큼, 당연히 스팁버키 위주의 감상이며, 나머지는 새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을 간략하게 적어본다.  


※ 스포일러 주의 ※












1. 스팁버키 필터링 


캡틴 비디오 몹시 귀여움.

 캡틴 팬 or 스팁버키 팬은 꼭 보러 가세요 

두 번째 쿠키도 절대 놓치지 말기~!!!!!!!!!!!!!!!!!!!!!



* 체육비디오 캡 감상: 캡틴 역시 채권팔이 시절 쇼맨쉽 그대로지 말입니다. 친절하게 체육선생님까지 소개해주는 캡의 센스 ^~^


* 훈계비디오 캡 감상: 제일 맘에 들었던 캡 비디오. 대체 MCU의 미국에서 캡아란 어떤 존재이며 무슨 역할인지에 관해 잠시 고민해 보았다. 옛날 국딩 or 초딩 때마다 국민의례랑 국민체조 다 같이 읊던 느낌..? 감성....? 조금 더 진지하게 보자면, 1940년대 국가주의 이념의 결과물인(=국뽕) 캡틴 캐릭터를 퍼벤져가 나온지 6년 후에도 열심히 자기 디스하고 있는 센스가 돋보였다. 

참고로 의자 끌고 오더니 거꾸로 탁! 앉아서 훈계질 하는 거 너무 귀여웠고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스티브 본인은 버키 구하겠다고 무단 탈영+명령 불복종+불법 무기 강탈까지 해서 뛰어갔으면서, 비디오에서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것인가.... (._.)....! 역시 캡틴의 사고 속에서 버키는 모든 예외사항인 것인가? 페기 요원이 살아 있었다면, 버키가 해동됐더라면 보고 어이가 없어서 혀를 끌끌 차줬을, 모순적이고 귀여운 비디오였다. 


* 쿠키비디오 캡 감상: 이거 제대로 감상하려고 일부러 물도 안 마시고 화장실도 안 다녀왔다. 결과는 대만족. 인내심 운운으로 시작해서 결국 버벅거리는 걸로 끝나는 스티브의 어색함이 일품. 아무래도 체육비디오 캡, 훈계비디오 캡은 전문 코치가 붙어서 수십 번의 시도 끝에 촬영한 희귀 영상이고, 이 쿠키비디오야말로 해동 후 캡의 눈물 겨운 부업을 볼 수 있는 진정한 증거물이 아닌가 싶다. 하긴 70년 만에 해동됐어도 스티브 로저스는 여전히 군인이고, 군인은 까라면 까야 하는 생물이니......(,_,) 


(나중에 버키가 보고서 안쓰러워하면서도 잔뜩 놀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캐릭터 해석 안에서 제임스 반즈는 스티브 같은 이상적 정의론자라기보단, 현실에 발 딱 붙이고 사는 그 시대 평범한 미국 청년에 더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죠. 참전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어야 했던 스티브가 21세기에도 계속 국가 선전을 위해 '이미지'로서 운용되는 걸 보면 조금 찝찝해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막상 스티브는 아량으로 넘어갈 것 같지만, '영웅 스티브'가 아니라 '개인 스티브'의 모습을 기억하는 버키로서는 조금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개인적인 욕심이나, 타인에 의해 부여된 영웅 역할을 수행하느라 막상 개인으로서의 자기는 잊고 사는 일이 많은 스티브를 대신해서 버키가 그 공허를 보듬어 줬으면 해요. 그 공허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도 실상 버키밖에 남지 않았고...)



* MCU 영화 답게 뉴욕의 곳곳이 부서지는데, 다행히 스티브와 버키의 추억이 어린 CYCLONE과 원더휠은 무사했습니다.^_^ 후반부 전투에서 코니 아일랜드 날아가는 거 보고 0ㅁ0 <- 요렇게 됐다가, 그 뒤에 목조 롤러코스터는 온전히 컷으로 잡아주는 거 보고 안심했어요. 새삼 돌이켜보니, 스티브와 버키의 추억이 어려있고 스티브가 처음 버키와 데이트를 한((((()))))) 소중한 장소인데, 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은 게 오히려 신기하네요. 캡틴으로 치카치카 비디오도 찍고 체육 비디오도 찍고 바른생활 비디오도 찍는 나라가 왜 전설적인 커플의 추억 어린 장소는 남겨둔 것인지... ( ._.) 









2. 홈커밍: 아쉬운 점


사실 굉장히 할 말이 많은데, 개봉 직후부터 인터넷 상의 너무 치열한 논의들을 보다가 벌써 지친 감이 있어서 번호 매기는 정도로만 적는다. 


* 좋았던 점 *


1. 매력만점, MCU의 개국공신, 명실상부한 씬스틸러 로다주를 만날 수 있다

2. 캡틴 비디오!

3. MJ의 정체! 여주는 무조건 백인으로 캐스팅하던 관례를 깰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4. 닥터 스트레인지보다 재미있다. 



* 아쉬웠던 점 *


1. 부족한 영웅 서사: 스파이더맨은 이로써 세 번째 리부트를 거친 시리즈다. 이전 두 시리즈의 스파이디들이 '특별히 뛰어난 조력자 없이', '혼자서', '때로는 역경과 좌절을 맞닥뜨리면서', '점차 자기의 힘을 통제하는 법을 익히며 성장'했던 것과 달리, 홈커밍의 스파이더맨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한다. 토니 스타크의 물질적 지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히어로물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악당과 영웅을 다루는 장르이며, 이 같은 장르가 관객에게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해서는 그 히어로의 내밀하고 인간적인, 그래서 현실의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시련의 과정을 충분히 보여주어야 한다. 신화에서 현대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웅 서사는 결국 기본 골격에서 같다. 그 골격이야말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 좋은 가장 효과적이고 검증된 골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홈커밍>은 <시빌워>나 차기작 <인피니티 워>, 더 나아가 MCU 우주전쟁과의 연계성에 설정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바람에, 스파이더맨 개인의 고뇌(놀란 배트맨 식의 심각하고 우울한 고뇌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는 적절히, 충분히 묘사하지 못했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면서 MCU의 히어로 서사가 너무 뻔해진다고 느꼈던 이유와 일맥상통하며, 점차 MCU의 히어로 영화에 대한 기대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오랫동안 아동용 영화로만 여겨지던 히어로물이 2000년대 이후로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언뜻 허황되고 유치찬란하기 쉬운 히어로의 활동에 현실과의 접점이 닿는 인간성, 정통적 영웅 서사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가 그랬고, 놀란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가 그랬으며, 앤드류 가필드 출연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까지도 어느 정도 이 요소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MCU의 히어로물에는 더 이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영웅 서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혹은 분석적, 해석적으로 읽게 하는 힘은 카타르시스에 달려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영화, 그리하여 수수께끼 같은 해석의 즐거움을 남겨두지 않는 영화는 오래 기억되기 어렵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스팁버키 필터를 두 눈에 장착하고 있는 나라고 해도 이 영화를 다시 볼만한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성, 흑인, 유색인종 같은 소수자가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현실에 이미 적인 산재해 있기 때문에 따로 가상의 적을 상정할 필요가 없다는 논지를 읽은 적 있다. 매우 예리한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실재하는 부조리에 대항하는 '현실의 영웅'을 다루는 경우는, 특별히 영웅의 고뇌며 역경과 시련의 구조에 집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만으로 관객은 충분히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 히어로 영화가 주류 기득권층을 영웅으로 내세운 이상, 그들의 적(antagonist)는 괴물이나 외계인 같은 가상의 적일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관객으로부터 얼마나 카타르시스를 끌어낼 수 있는가의 여부는 적(antagonist)의 성질보다는 오히려 히어로 본인의 성질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통적인 영웅 서사를 따르지도, 그렇다고 참신하고 새로운 대안 서사를 내놓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생각을 곱씹게 하는, 아이콘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2. 지나친 수트 의존


간밤에 문득 기억나서 덧붙인다.

홈커밍의 스파이더맨은 이게 거미수트인지 아이언맨 수트인지 실망스러울 정도다. 스파이디 액션의 매력은 피터가 직접 만든 (어설프지만 점점 발전하는) 웹슈터, 보안경, 그리고 초인력을 사용해서 직접 몸으로 아크로바틱한 묘기를 선보이는 데 있던 것인데... 놀거남1에서 드류 스파이디가 고층 빌딩에서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서기에 성공 하며 환호하던 그 카타르시스를 이젠 느낄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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